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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감수성UP

과학과 성별 (Science and gender)

작성자
jinjugender
작성일
2021-05-30 15:31
조회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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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성차별적일까? 세 가지 면에서 그럴 수도 있다. 과학자라는 직업에서 여성은 배제되어 있다. 과학적 업적과 가설의 바탕에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깔려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식에 접근하는 보편적인 방법과 태도 역시 기본적으로 '남성적' 가치관을 품고 있다. 하나하나 차례대로 살펴보자.

  과학 : 남성보호구역

  먼저 역사가 첫째 사항을 입증한다. 17세기 현대과학의 탄생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과학에서 '위대한 이름'은 거의 남자였고, 여성 과학자들은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돋보였다. 영국 귀족으로 자연철학자이자 작가였던 마거릿 캐번디시는 당대의 과학 논쟁에 참여하고 영국 왕립학회 회합에 참석했던 첫 번째 여성이었지만 끝내 학회에 가입하지는 못했다.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은 과학과 철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라이프니츠나 데카르트 같은 사람들과 서신 왕래를 했다. 하지만 이런 드문 경우 때문에 전반적인 불균형이 더욱 두드러진다. 물론 이 점을 두고 과학만 비판하는 것은 어쩌면 불공평한 일이다. 과학은 여성을 주변부로 밀어낸 수많은 분야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과학적 업적과 가정의 문제도 얼마간 진실이다. 중세 내내 대단한 영향을 끼쳤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성의 해부학적 구조를 아주 잘못 생각했고, 여성의 역할과 능력에 관해 전반적으로 성차별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생식에 관한 여성의 역할을 잘못 알고 있었고, 여성의 치아 수가 남성보다 적다고 생각했으며, 그리스인들이 '야만인'을 지배할 권리를 타고났다고 믿은 것처럼 남성이 여성을 지배할 권리를 타고났다고 여겼다.

  근거 없는 억측과 가정은 근대에도 이어졌다. 스위스 태생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교육소설 《에밀》에서 여성의 주요한 역할을 집안일로 간주했다. 그래서 어린 주인공이 교육을 받으며 지적·정치적으로 활발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나는 동안, 그의 약혼녀 소피는 가정주부로 훈육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 과학자가 된다면 오히려 놀랄 일이다. 하지만 루소의 성차별은 남성과 여성이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남성이 더 강하고, 독립적이고, 이론 연구를 더 잘 할 수 있는 반면에 여성은 실생활의 문제에 더 유능하고,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데 더 뛰어나다. 그러니까 여성이 '하등'한 게 아니라, 잘할 수 있는 일이 서로 다른 것이다.


 이런 간접적인 찬사를 당대 영국의 여성주의 철학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이렇게 분석했다. 루소는 평등한 교육으로 여성이 더 우세한 힘을 갖게 될까 봐 두려워했고, 그래서 두려움과 정신적 열등감 때문에 여성이 무학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성이 남성을 제압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극복하기를 바란다."

  서구 사회는 점차 개선되었다. 사회적 태도의 변화, 법적 개혁, 출산·육아 휴가 제도 도입 등으로 어떤 분야에서든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여성 앞에 놓인 장벽이 낮아졌다. '남성보다 장애물이 적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상황은 나아졌다. 여성은 이제 진지한 연구를 하기에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지 않으며, 성평등은 인종 평등과 함께 법으로 보장되었다. 


  과학의 본성에 자리한 성별 편향

  하지만 일부 여성주의자들이 보기에 성별 편향은 훨씬 깊은 곳에, 과학의 본성 그 자체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1970년 여성주의 작가 케이트 밀레트는 《성의 정치학》에서 남성이 남성적 심리학을 형성하고, 이로써 사회를 구성하는 방식을 설명하며 '가부장제 patriarchy'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후의 작가들은 합리성 자체를 지배하고 통솔하고 해부하고 분해하는 '남성적 도구'로 보았다. 이들이 은유하는 것은 공격적인 남성의 성적 지배와 폭력이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방법과 접근법을 제외하면, 과학은 가부장적인 목표 지향 정신을 선호한다. '진리'를 찾으려는 공격적인 고집, 주체와 객체를 나누고 인간(남성)과 자연을 가르는 과학적 조사 방법은 남성이 아닌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사를 도외시하는 남성 편향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그렇다면 과학은 근본적으로 '남성적' 태도를 지니고 있을까? 일단 많은 국가와 사회에 퍼져 있는 성차별적, 이성 중심적, 서구적인 편향성을 조명한 수많은 여성주의·포스트모더니즘 비평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과학은 지배적 가치관을 옹호하고 표현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어떻게 안 그럴 수 있겠는가? 하지만 과학 자체가 '성차별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조금 과한 일이다. 지식을 찾는 과학 연구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역사·심리적 가치관과 숨은 전제에 관해서는 분명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성적정체성이라는 개념이 이 논쟁에서 틀림없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합리성과 무신경한 태도를 남성의 본성과 결부하는 것은, 여성성에 대한 왜곡만큼이나 부적절한, 지나친 단순화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과학철학 지식50' (지은이 Gareth Southwell) 중에서-